개발/개발자의 삶

신입 개발자의 일기: 3개월 근무 후기

김알리 2022. 1. 3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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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습기간 3개월이 거의 다 끝났다. 회사에 적응하면서 이것 저것 배우는 정신없는 와중에 개인적인 일들이 휘몰아쳤다. 3개월동안 회사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개인적인 일들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안정을 되찾았다. 이제는 어디가서 개발자라고 말하는 것에도 적응이 되었다. 물론 아직도 삐약거리는 수준이라 민망하지만, (개발자가 아니라면) 어차피 뭐가 뭔지 다들 모르기 때문에 당당하고 뻔뻔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개월 동안 개발자라는 나의 직업과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서 알게 된 것들, 그리고 경험한 것들을 기록하려 한다.

 

 

1. 

   3개월을 다녀보니 회사 사람들도 더 잘 알게 되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알면 알수록 따뜻한 분들이라 즐겁게 출근하고 있다. 특히 내가 사고를 쳤을 때 절실히 느꼈다. 회사에 금전적 손실이 생긴 상황에서도 혼나지 않아 사고친 내가 오히려 놀랐다. 소리지르면서 화내는 그런 상황을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다들 괜찮다며 문제를 함께 해결해주는 분위기였다. 물론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이 봤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2.

   그래서 위에서 말했던 사고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회사에 금전적인 손실을 끼치는 사고를 쳤다. 놀랍게도 며칠동안 고객들도 직원들도 알지 못했다. 고객들은 사실상 알 수 없는 사항이었고, 다행히 고객들이 손해를 입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회사 입장에서 고객들에게 금전적으로 더 큰 보상을 해주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급하게 처리할 일들이 워낙 많은 시기였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들을 검토할 수 없었다.

 

   내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싸놓은 똥을 내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슬랙에 '이거 원래 이런거 맞나요...?'라고 올리고, 왜 이게 이상한 것 같은지 이렇게 저렇게 설명했다. 여러가지 복잡한 이유로 처음에는 '원래 그런 것 맞는 것 같은데...'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대표님(개발자)과 다른 개발자들을 '아니 원래 안 이랬던 것 같은데요 ㅠㅠ'라며 설득하고 확인해보니, 내가 수정했던 코드가 문제가 되어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이었다. 

 

   뭐... 이 사건의 교훈은 '디버깅을 잘 하자', '정신 똑바로 차리자' 정도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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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로 위에서 실수한 얘기를 해서 민망하긴 하지만, 코딩도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도 느낀다. 좀 변태같지만 어쩔 때는 퇴근하기가 아쉽다. 중간에 끊고 집에 가기가 아깝달까. 일이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일의 특성상 시작한 것을 끝마치지 않으면 다음에 다시 시작할 때 골치가 아프다. 어디까지 했었는지 적어놓더라도, 복잡한 쿼리문을 짜야하거나 여러가지가 연결되어 있는 상황인 경우는 고려할 점이 많아서 까먹는 부분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야근이 필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야근을 많이 하게 된다. 어쩔때는 대표님이 방에 와서 빨리 가라고 하셔도 폐인꼴을 하고 '잠시만요... 이거 금방 끝날 것 같은데...(그리고 금방 끝나지 않음)' 하면서 일할 때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차피 오늘 안에 끝낼 수 없음을 깨닫고 포기하고 집에 간다. 

 

 

4.

   나는 내가 장비병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앞으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인데, 마우스와 키보드가 합쳐서 50만원이 넘는다. 3개월간 수습이기 때문에 월급도 연봉대로 다 못 받는데 사회초년생 주제에 분에 넘치는 지출을 했다. 하지만 나의 손목, 어깨 건강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샀다(라고 합리화하고 있다). 

 

   아무튼 회사에서 제일 엄청난 마우스와 키보드를 쓰고있다. 동네방네 소문 다 내고, 사무실 앞에 지나가는 회사 사람들 붙잡고 억지로 구경시키는 등 최선을 다해서 자랑하고있다. 그리고 후회는 없다. 잘샀다. 다음 달에 갚으면 되니까 뭐.... 

 

 

5.

   아무튼 이제 수습도 끝이다. 그래도 이제 회사 코드도 대충 훑어봤고, 구조도 대강 파악이 되었고, 회사에서 쓰는 언어들과 프레임워크들도 어느 정도 기초는 익혔다. 이제는 더 열심히, 깊이있게 공부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 같다. 특히 기존의 자바스크립트 코드 중 일부를 Go로 바꿀 예정이라, Go를 공부하고 있다. Go는 정말 매력적인 언어이고, 취직하기 전에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성장할 기회로 보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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