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개발자의 일기: 6개월 출근 후기
1.
이제 정말 개발자가 된 것 같다. 회사 내부의 코드와 DB 구조도 전반적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입사 이전에 써본 적 없던 것들도 대충 익숙해졌다. 이제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부족한 점들도 더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컴퓨터 공학 전공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평소에는 쓸모 없는 것 같은 전공 지식이, 나를 더 나은 개발자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 남들이 4년 동안 배우는 전공 지식을 배워야 하니 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공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까지.
2.
인생이 커브볼을 하나 던졌다. 회사가 인수되었다. 나는 짤리지 않았다. 원래 직장 동료들과 대표님이 워낙 좋은 분들이라 회사에 즐겁게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회사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꽤 긴장되는 일이었다. 다행히 인수된 회사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도 다들 좋다. 게다가 새로운 회사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뱁새가 되어 가랑이가 찢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결국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아무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공부할 것들도 원래 계획과는 달라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변화들이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가 되었다. 실제로 상황이 마무리 되었다기보다는, 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다.
3.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 있었다. 48시간 동안 35시간을 일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평생 시험 전에도 이렇게 밤을 샌 일이 없었는데, 나는 사실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역시 사람은 닥치면 어떻게든 해내게 되어있다.
4.
Node.js 개발자로 일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가 있다.
- 항상 node 버전을 확인하라.
- npm i 부터 에러가 난다면 node 버전을 확인하라.버전 문제라면 버전 바꾸고 node_modules 폴더를 지워버리고 다시 npm i 를 시도하라.
- 뭐든지 함부로 업데이트하지 마라. 업데이트 후 에러가 난다면 에러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마라. 그냥 싹 지우고 다시 깔아라.
이 정도만 제대로 해도 환경설정을 빠른 속도로 끝낼 수 있다. 이걸 몰라서 허비한 시간을 다 합치면 일주일 정도는 될 것이다.
5.
그 외 대충 개인적인 일들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사실 그래서 정신이 없었다. 2~3월에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에 대한 핑계라면 핑계다.
- 운동을 꽤 오랫동안 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운동하는데, 간신히 현상유지만 하는 것 같다. 사무직은 어쩔 수 없나보다.
-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면서 약속이 엄청나게 많이 잡혔다. 그동안 못 만나던 지인들을 만나느라 4~5월에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는 또 다른 핑계다. 흠... 이건 핑계가 아니라 그냥 놀았다는 자아성찰에 가까운 듯.
- 자기 전에 유투브를 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중이다. 대신 책을 보는 것이 목표다.
- 블로그를 열심히 하기로 항상 결심은 하고 있다. 공부도 안 하고 논 마당에 블로그는 무슨.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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