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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나는 문과 출신이고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심리학 전공이지만 상담 과목을 수강하기 싫어 법학을 부전공했다. 중학생일 때부터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었고 대학원을 가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박사학위까지 딸 생각도 있었고,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사회 과목보다 과학 과목에서 항상 더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를 선택한 것도 심리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는 영어를 잘 했다. 영어 성적도 상위권이긴 했지만, 시험을 그렇게 잘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중학생 때부터 미국 드라마 중독 수준이었고, 방학에는 하루에 15시간 정도를 미드만 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자다 일어나서 다시 보고, 밥을 먹으면서 보고, 아무튼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을 거의 미드만 봤던 것 같다. 그런 생활은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졌다. 학기 중에는 공부를 했지만 방학에는 무슨 계획을 세워도 결국은 미드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귀가 트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영어로 자연스럽게 말을 하게 되었다. 다수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운이 좋게도 쉽게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대학생때는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게 되었다. 1년 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영어 실력도 성장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하며 영어 회화 학원에서 회화 강사로 일했다. 성인 대상 학원이었기 때문에 나의 학생들도 대부분 성인이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선생님들과도 친해서 여러 모로 즐겁게 일했지만,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고 스스로 발전도 없다고 느꼈다. 게다가 우습게도 돈이 주는 안정감이 커서 대학원 준비 역시 소홀하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코딩 이전의 나의 이야기이다.
코딩을 시작하게 된 이유
내가 가장 먼저 코딩을 접한 것은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였다. 빅데이터 강의였는데, R이라는 프로그램/언어를 사용했다. (R은 프로그래밍 언어와 프로그램을 동시에 지칭한다) 수업을 재밌게 듣긴 했지만 솔직히 그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것인지 조차 몰랐다.
그리고 나서 인턴 활동을 하면서 다시 코딩을 접했다. 심리학 연구를 진행할 때는 MATLAB이라는 프로그램/언어를 자주 사용한다. (MATLAB 역시 프로그래밍 언어와 프로그램을 동시에 지칭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고, 여전히 그게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사실도 잘 몰랐다. 그냥 '연구 결과를 분석하는 프로그램' 정도로만 이해하다 보니 공부를 하면서도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역시나 대학원을 진학을 준비하겠다는 이유로 파이썬을 배우게 되었다. 동네 코딩학원에 가서 파이썬을 배웠는데, 딱 4번 수업에 가고 대학원 스터디에 참여하느라 그만뒀다. 그러나 그 4번의 수업에서 나는 드디어 프로그래밍 언어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파이썬을 배우는 동안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본적인 구조를 배웠고 교재에 나온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흥미를 느꼈다.
이렇게 대학원을 위해서 코딩을 처음 배웠는데, 결과적으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코딩을 선택하게 되었다. 대학원을 포기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첫번째로 내가 대학원에 갈 사람이 아니라고 자각하게 되었다. 내가 연구를 업으로 삼을 정도의 지능과 성실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두번째는 경제적인 이유였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연구를 업으로 삼으려면, 경제적인 능력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심하면 집안의 기둥을 뽑아가며 공부하고, 정작 경제적인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나는 부잣집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돈도 굉장히 좋아한다. 경제적 안정보다 심리학 공부가 더 좋으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코딩이 꽤나 재미있었다. 파이썬을 배우면서도 느꼈고, 그 이후로 코딩 공부를 하면서 항상 느끼는 부분이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즐겁다. 기본적으로 언어학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인데, 프로그래밍 언어도 똑같이 흥미롭다. 그 언어를 만든 사람의 의도와 그 언어의 역사와 변화 과정을 공부하는 것이 재밌다. 아직은 코딩을 잘 한다고 하긴 힘든 실력이지만,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발전해나갈 자신이 있다.
코딩 공부 방법
나는 반쯤 독학으로 코딩을 공부했다. 파이썬을 배운 이후에 다른 학원을 다니며 자바를 배우고 안드로이드 어플도 만들다 말았던 경험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이후 학원을 그만두고 자바스크립트와 Node.js를 인터넷 강의로 독학하였고 웹 개발을 주로 공부하였으며 현재 취업도 그 분야로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Angular 역시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다.
내가 결국 독학을 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나는 원래 학원을 잘 못 다닌다. 다른 사람이 정해준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잘 맞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초등학생 때부터 서서히 그런 성향이 나타나다가 중고등학생 때는 점점 더 이런 성향이 강해져서 고등학생 때는 거의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독학이 주는 자유로움을 예전부터 선호했다.
둘째,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학원에서 배우기 힘들었다. 한국의 대부분의 학원들, 특히 국비학원들은 자바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물론 자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웹 앱의 프론트엔드과 백엔드를 모두 만들 수 있는 자바스크립트를 배우고 싶었다.
셋째, 국비학원을 제외하면 독학하는 것이 저렴하다. 사설 학원들은 몇 백 만원 정도는 투자할 생각을 해야 한다. 독학은 Udemy 강의와 각종 서적, 인터넷에 무료로 널려있는 각종 자료 등을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독학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혹은 커리큘럼을 따라 배우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학원에 다니는 것도 좋다. (국비학원은 돈을 받으면서 다닐 수도 있다.) 국비학원을 다닌 내 지인은 꽤 괜찮은 회사에 취직했다. 국비학원과 연계되어 있는 회사였기 때문에 고생하지 않고 꽤 빨리 취직했다. 일반 사설 학원들도 연계된 회사들이 있어서 취직이 수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외에도 취직과 관련된 정보가 풍부하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때 도움을 주고, 면접 연습도 시켜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은 학원 별로 편차가 있을 것 같긴 하다.
아직은 개발자 꿈나무인 취준생이지만, 내가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개발자 성장기 시리즈를 작성하고 있다. 대학원만 준비하느라 취업 준비는 전혀 해놓지 않았던 내가, 코딩을 공부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게 신기하다. 진작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뒤쳐진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오랫동안 계획했던 진로를 바꾸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갈 용기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꾸준히 코딩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대견하다. 혼자 공부하니 혼자 칭찬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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