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개발자의 삶

개발자 성장기 (4) 문과 비전공자 독학 신입 개발자가 겪은 채용 과정

김알리 2021. 11. 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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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성장기 (1) 코딩과 개발자란 무엇일까
개발자 성장기 (2) 나의 두서없는 커리어 이야기
개발자 성장기 (3) 코딩을 독학하기 전에



나는 비전공자신입인 백엔드 개발자다. 4년제 대학교를 나왔고 영어를 잘한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개발자 취업 시장에서 그다지 유리한 위치는 아니다. 게다가 독학을 하는 바람에 학원에 연계되어 있는 회사에 지원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아무 회사에서 억지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취직해서 정말 만족스러운 회사에 다니고 있는 상태인데, 어떻게 취업하게 되었는지 정리하려고 한다. 나의 경험뿐만 아니라 지인의 경험까지도 고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자료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다. 참고로 그 지인도 문과 출신 비전공자 신입이었고, 국비지원 학원을 통해 코딩을 배웠다.

나도 취업을 준비하며 다른 사람들의 스펙과 실제 구직 과정은 어땠는지, 또 어떻게 취업을 준비하여 취직했는지 참 궁금했기 때문에 이 정보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총 6군데에 지원했고 서류 탈락은 3곳, 채용 중단 1곳, 면접 탈락 1곳, 최종 합격 1곳이었다. 놀랍게도 코딩 테스트에서는 단 한 곳도 탈락하지 않았다. (비전공자도 할 수 있다!)

회사 지원 기준

내가 지원할 회사를 고를 때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기준이 있었다. 첫째, SI업체가 아닌, 자기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일 것. 둘째, 회사의 미션에 공감할 수 있을 것. 이 기준에 맞지 않는 회사는 지원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자기의 상황과 성향에 맞춰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이렇게 개인적인 기준을 세운 이유도 분명했다. SI업체에서 서비스를 만들면 개발자로서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실력 자체는 늘겠지만, 아무래도 유지보수가 쉽게 코드를 짜기보다는 기한에 맞춰서 납품을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니 내가 성장하고 싶은 방향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야근하는 경우도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스타트업에만 지원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서비스 전반을 개발할 수 있고, 나 같은 신입 개발자가 다양한 방면으로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기업의 코딩 테스트도 준비하기 좀 귀찮았다. 결론적으로 코딩 테스트를 결국 준비하긴 했지만.

또한, 회사의 미션에 공감하고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여야만 회사에 오래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개발자가 기획을 함께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내가 공감하는 미션에 기여하는 것이니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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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채용 절차

내가 지원했던 회사들의 채용 절차를 종합한, 현재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는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 코딩 테스트, 면접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연히 서류전형은 모든 회사에 있고, 코딩 테스트 역시 대부분의 회사에 있는 것 같다. 면접은 모든 회사에 있지만 1차만 있는 경우도 있고 1, 2차로 두 번의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다.

1. 서류 전형

서류 전형에서는 주로 이력서포트폴리오 혹은 깃허브 주소를 요구한다.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 외에도 필수 질문을 통해 일종의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곳도 많았다.

이력서

나는 모든 회사들에 로켓펀치를 이용하여 지원했기 때문에 로켓펀치에서 이력서를 작성했다. 로켓펀치에 한 번만 이력서를 작성해 놓으면 사용하기 편리하고, 이력서 형식이 갖춰져 있어서 작성하기에도 편하다. 그 외에도 Canva라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내가 개발한 프로젝트까지 요약해놓은 이력서를 따로 작성해놓고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회사에 제출했다.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에서는 보통 자기가 만든 서비스를 자세히 설명하고 코드까지 붙여서 어떻게 기능을 구현했는지 설명한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귀찮아서(...) 포트폴리오를 따로 만들지 않았고, 각 프로젝트의 깃허브 레포 README에 프로젝트의 스크린샷을 포함해 각 페이지의 기능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일반적으로는 워드나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따로 포트폴리오를 많이 만드는 것 같다. 깃허브 주소 역시 포트폴리오 대용 비슷하게 사용되는 것 같다.

자기소개서

로켓펀치에서 지원하면 이력서 다음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필수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이 질문을 자기소개서라고 하는 것이고, 실제로 자기소개서를 따로 제출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로켓펀치에서 기업에 제공하는 질문 리스트가 존재하는지 동일한 질문들이 많이 보였다. 그 외에도 많이 보였던 질문들까지 합쳐서 추리면 다음과 같다.

  • 자신을 자유롭게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 지원한 이유와 본인이 이 포지션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
  • 일할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이며, 왜 우리 회사를 선택하셨나요?
  • 지원 분야 관련하여 일하면서 낸 가장 큰 성과를 알려주세요.
  • 본인의 장점/단점은 무엇인가요?

그 외의 질문들은 위의 질문들의 연장선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위 질문만 어느 정도 답변을 준비해 놓으면 여러 회사에 답변을 돌려 쓸 수 있다. 미리 준비해서 에너지를 아끼자.


그 외에도 팁을 주자면, 로켓펀치에서 서류 전형에 탈락하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저렇게 두 군데서 받았기 때문에 로켓펀치에서 제공하는 메시지일 것으로 추측된다. 저렇게 탈락 메시지를 받으면 왜 탈락했는지는 알 수 없어서 그렇게 달갑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안타깝지만 OOO님의 뛰어난 역량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채용에서는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OOO님이 업무적으로 추구하시는 방향과 ㅁㅁㅁ(지원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다르다고 판단된 결과이니, 더 좋은 기회 있으실 거라 믿습니다.
OOO님의 앞날에 좋은 일 많이 생기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코딩 테스트

코딩 테스트는 대부분의 경우 알고리즘 테스트인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 문제를 따로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보통 프로그래머스, HackerRank 같은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내가 체감한 바로는 프로그래머스에서 제공하는 코딩 테스트 Level 1 정도는 꼭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고, Level 2는 전부 해결하지는 못 하더라도 반 정도는 해결할 실력이 있어야 코딩 테스트에 합격할 수 있는 것 같다. 반만 해결한다는 게 참 애매한데, 문제 해결 방향을 어느 정도 잡아서 제출했을 때 테스트를 어느 정도는 통과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독특하게 실제 업무 환경과 비슷한 코드를 주고, 기능을 구현하거나 에러를 해결하는 문제를 준 회사도 있었다. 이 경우는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코딩 테스트 전에 면접관이 줌으로 테스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테스트 후에는 다시 줌으로 내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설명했다. 그 후에는 내가 해결하지 못 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을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한 문제들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지 이야기했다.

지인 중 코딩 테스트 없이 면접만 있는 회사에 지원한 경우도 있었는데, 그 경우 기술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거른 후 한 달 동안의 수습 기간 동안 교육 후 테스트를 통해 다시 한번 합격자를 걸렀다. 코딩 테스트가 없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를 것 같다. 물론 그 수습 기간에도 급여는 있었다.

3. 면접

면접은 한 번만 보는 경우도 있고 두 번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한 번만 보는 경우는 코딩 테스트를 통해 개발 실력을 확인하고 인성 면접만 본 경우였다. 두 번의 면접은 대체로 1차 인성 면접, 2차 기술 면접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인성 면접

인성 면접에서는 지원자가 어떤 개발자인지, 협업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또한 회사의 문화와 지원자가 얼마나 적합한지를 파악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흔히 면접을 '회사와 지원자의 소개팅'이라고 표현한다. 인성 면접에서는 위의 '자기소개서'에서 언급한 질문들을 그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지원자 개인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특히 나는 비전공자에 영어 강사로 일했던 경험 때문에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 물어보는 질문은 꼭 있었다.

또한 회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알아보고 왔는지도 파악한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는 회사의 서비스에 대해 잘 알아보고 가야 한다. 인성 면접에서 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해 봤냐고, 혹은 알아봤냐고 물어보지 않는 회사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지원자가 회사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갔어도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기술 면접

기술 면접에서는 지원자가 기본적인 개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래서 프로그래밍 언어와 기본적인 개발 지식에 대해 주로 물어봤다. 예를 들면 '세션과 쿠키에 대해 설명하라'는 식이다. 추가적으로는 개발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해 봤는지도 물어봤다. 코드 예시를 보여주며 그 코드가 어떻게 작동할지 설명해보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면접은 하루 이틀 공부해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원자도 면접 과정에서 회사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나는 회사의 서비스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회사가 수익을 어떻게 내는지도 물어봤다. 또한 회사에 가서 대면 면접을 한다면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사무실 위치도 파악해서 내가 다닐 수 있는 회사인지 보는 것이 좋다. 나는 집에서 너무 먼 회사는 애초에 지원하지도 않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사무실이 정말 좋은데, 그래서 정말 붙고 싶었다(단순).

내가 현재 회사를 선택한 이유

일단 첫 번째로는, 이 회사 말고는 딱히 붙은 회사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따라서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이 회사가 1순위였다. (정말이다.) 다른 여러 회사에 붙었더라도 이 회사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 이유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이 회사의 위치가 현재 거주지와 가깝고, 사무실도 너무 좋다. 잡플래닛 평점도 좋았다. 면접에서 봤던 회사의 대표님도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면접도 편하게 대화처럼 이어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회사에서 신입 개발자인 나를 잘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또한 나의 현재 부족한 모습보다는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봐주는 것 같았다. 신입 개발자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실제로 사람들도 좋고 사무실도 좋아 지금은 아침마다 거의 놀러 가는 기분으로 출근하고 있다. (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정말 운 좋게 좋은 회사를 만나게 된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회사에 아쉬운 점이 아니라 나의 취업 과정에 대한 아쉬운 점이다. 나는 여러 군데에 이력서를 넣기가 귀찮아서 이력서를 그렇게 많이 넣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취업 과정이 불필요하게 길어진 느낌도 있다. 아예 '일주일에 열 군데에 넣는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여기저기 넣고 면접과 코딩 테스트를 여러 번 겪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어차피 서류 탈락도 꽤 많은 데다 이런 채용 과정 자체도 좋은 경험이라고 다 끝나고 나니 생각한다. 초반에는 면접마다 엄청 긴장했는데, 뒤로 갈수록 될 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면접을 보고, 그러다 보니 긴장해서 나오는 이상한 헛소리를 덜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회사마다 채용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군데에 넣으면 그중에 하나는 반드시 걸리는 법이다. 내가 붙은 회사도 어쩌다 보니 코딩 테스트가 나와 잘 맞아서 잘 봤다. 게다가 나는 기술 면접에 약한 편인데, 인성 면접만 있는 회사였기 때문에 나한테 유리했다. 나는 운이 좋아 6군데만 넣어서 맞아 걸렸다. 하지만 정말 운이었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또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한다면 이력서를 시원시원하게 여러 군데 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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